감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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못생긴 감자일지언정 먹을 생각 없으면 젓가락으로 찔러보지나 말던가.
기껏 곰보 투성이인 몸뚱아리 어영부영 메꿔놨더니 바람구멍 휑하니 뚫어놓고
이거, 속이 좋지 않아 못 잡숫겠다 하시면 어쩌란 말이오.

제대로 익지도 않은 생감자 먹으려들다, 그 맛에 화들짝 놀랐다고 해서
다른 사람이 번갯불에 구웠든, 뜸들여가며 쪄 냈든, 혼자 알아서 익었든.
맛나게 먹는다고 그 감자를 탓할 건 또 무어란 말이오.

좋소, 먹고 탈 날 거면 뱃속에 들어간 감자 녀석이 시원히 소화나 되겠소?

그런다고 이미 젓가락에 난도질 당한 건 어쩔 수 없는 노릇.
아무나 배 고픈 이 어여 와 낼롬 집어가 뱃 속에 집어넣으면 내 기꺼이 그 분의 피와 살이 되리다.
아무라도 좋소, 목구멍도 못 넘기고 깨물어 생채기만 낸 채 내치지 않을 분이면 된다오.
혹여 나중에 변이되어 다시 세상으로 나와 새 감자의 양분이 된다고 한들
어쩌겠소, 감자란 놈 일생이 그러한 것을. 천성이 그러한 것을.
그 때도 이 나를 괴씸하다 하실게요?

혹여, 삶든 굽든 통감자는 속이 좋지 않아 못 드시되 감자죽은 드실 수 있다 하시면.
거북한 위장 달래가며 어찌어찌 한 숟갈 떠 넘기실 수 있다 하시면,
비록 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언정 이 몸 갈아 죽으로 보답하리다.

온 몸에 퍼진 썩은 감자들의 독기들과 맞서야 할 때도 있을테고..
맛나고 잘 생긴, 근사하게 요리된 감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
어딘가 그늘진 구석에서 훌쩍거릴 때도 있겠지만.

역시.. 감자 죽은 초라하고 맛 없어서 싫어하시겠지요?
그 역시도 수저로 휘휘 젓기만 하시고 식어서 맛 없겠다 내치시겠지요?

어느 누구 하나 못생긴 감자 따위 필요없다 하시면, 전 다시 땅 속에 들어가렵니다.
익어버린 감자에서 새 싹이 날 일은 없을테니까, 어두침침한 그 속에서
홀로 썩어가거나 벌레들에게 갉아 먹히던가 하겠지요.

근처에 조그마한 씨감자라도 있으면 양분이 되어 줄테지만
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깊은 산중에 그 어느 누가 씨감자를 뿌려 두겠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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